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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잡글 2017. 8. 22. 10:48


    ‘슬램덩크’로 유명한 만화가 ‘다케히코 이노우에’ 씨의 작품 ‘배가본드’의 한 장면이다. 한 사무라이의 삶을 통해 인간이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은 명작 중에 명작이다.

    위는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요시오카 세이쥬로’와 우연한(?) 결투를 앞두고 무언가 스산한 느낌이 들어서 대사를 내뱉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대사가 아주 요상하다. ‘을씨년스럽다’니...
    이 말의 어원을 알고 있고, 정상적인 민족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이처럼 다소 왜색이 짙은 작품에 이런 번역은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의역을 했다지만 기껏 선택한 단어가 저따위 것이라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이렇듯 ‘번역가’는 그냥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을 동시에 이해하며 정서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양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만큼 고난도의 전문분야가 번역인 것이다.

    이런 번역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김소희 작가의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반강제로 중국어를 공부하던 작가가 우연히 드라마 번역을 시작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이다. 또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잘한 생활밀착형 노하우로 위로해 준다. 중국어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매뉴얼이며, 나처럼 중국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또한 ‘중국어’를 자신이 좋아하는 언어로 대입시켜서 읽어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우선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이 비교적 얇다는 것이다. 거기에 중국어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번역 예시 부분까지 후딱 넘겨주시면 더욱 얇은 책이 된다 ㅎ)




    중국어 까막눈이여.. 자책말고 이 부분은 넘겨 읽으시라.


    얼핏 중국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공유 문서’ 정도로 생각할 수가 있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김소희 작가로 대변되는 한 인간이, 자신의 꿈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 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너가 안되는 이유는 너가 간절하지 않아서야!’ 라는 흑백논리 식의 일반적인 ‘자기계발서’ 와는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독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기 보다는 ‘이럴 땐 이렇게 해봐’ 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책 표지만큼이나 핑크핑크한 배려심이 돋보인다.




    물려 받은 것은 똑똑한 뇌 밖에 없는 평생 노력가 김소희 작가


    누구든 꿈을 쫓는 자에게 방황은 필수 옵션이다. ‘혹시나 나만 이렇게 삶이 혼란스럽나?’ 라는 생각이 드는 젊은이라면 가볍게 읽어보시길. 망상과 실천의 차이를 분명히 느껴주게 해 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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